백승우

백승우

블로우 업

 

2001년 백승우는 북한의 수도 평양에서 몇 주 머물렀다. 그가 촬영한 많은 사진들은 일상의 현실이 보이는 환상성을 주제로 한다. 그 예의 하나는 부천의 ‘아인스월드’라는 건축물 미니어처 테마 공원 시리즈이다. 이 사진에서 우리는 아시아의 어떤 대도시 교외에 서있는 쌍둥이 빌딩과 다시 조우하게 된다(부천은 서울의 외곽도시이며, 그 유명한 쌍둥이 빌딩은 2000년의 9/11사태로 사라지고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북한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1920년대 말에서 1930년대 초의 초현실주의 운동을 연상시키는) 민족지학의 전통에서 작가는 우리는 우리 삶을 구획하는 수많은 실체와 허구들에 대해 어떤 것들도 일부러 만들어 낼 필요가 없고, 거짓말하지 않아도 된다. 결국 북한이란 곳은 실체와 허구의 관계가 기울어지고 있는 곳이라 말할 수 있다. 작가의 창작 과정에서 큰 장애는 국가 안보의 일상성이다. 백승우는 공식적인 동행자 없이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를 감시했던 공안은 무엇을 찍고 무엇을 찍으면 안 되는지 가르쳐주었다. 촬영이 끝날 때마다 공안에게 필름을 제출해야 했고, 그 다음날 종종 잘려나간 이미지를 돌려받거나 어떤 이미지는 아예 사라지고 없었다. 요약하자면, 스스로의 이미지에 집착하는 정말로 특이한 국가가 작가, 즉 이미지의 진정한 창조자의 역할을 떠맡았던 것이다. 백승우는 북한에서 촬영한 필름들을 어떻게 할 지 결정 내리지 못하고 오랫동안 스튜디오에 보관했다. 몇 년 후, 한 갤러리 전시에서 또 다른 북한의 ‘실패한’ 초상화가들의 사진을 보게 되는데, 거기서 그는 놀랍게도 어떤 디테일을 만나게 된다. 자신의 사진이 기억하고 있던 인물이었다. 바로 그 디테일이 그의 눈을 뜨게 했다.

 

백승우는 보관하고 있던 필름을 꺼내어 사진의 일부를 확대함으로써 디테일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강력한 디테일을 강조하기 위해 사진을 확대하는 이러한 기법은 원래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영화 <블로우 업>(1966)에서 이미 불후의 명성을 얻은 것이다. 안토니오니는 이 기법의 파괴적 변증법을 연출했는데, 디테일에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이미지는 더 거칠어지고, 마침내는 어떤 것도 인식할 수 없이 안개

 

속으로 사라져버리는 것이었다. 백승우는 무엇이라 말하기 힘든 주제들을 다루었지만 (그것이 거리풍경이든, 실내장면이든, 한 무리의 사람들이든), 그렇다고 그것들에 가까이 가려고 하지 않았다. 회색조의 표면과 병색이 완연한 그의 사진 색채는 보이지 않는 곳을 향하는 ‘사진의 통로’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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