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운

 

대나무 숲의 유령들

 

노재운의 반짝이는 금속-거울로 만들어진 미로 같은 공간은 귀신의 출현이라는 특별한 영화적 경험을 불러일으킨다. 작가는 1960년대 중반부터 1980년 사이의 아시아 영화를 염두에 둔 것이지만, 사실 귀신이야기는 우주론이나 영혼에 대한 믿음, 조상 숭배와 밀접하게 연관된 아시아에서는 오랜 전통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귀신 이야기는 삼국시대(기원전 57년-기원후 668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흔히 여성으로 표현되는 귀신은 모호한 존재로서, 불완전하거나 과도하고, 고통, 거부, 배신과 상실을 나타낸다. 그러면서도 어떤 사회적 기준에 순응하기를 강하게 거부하는 존재다. 이 모호한 성격 때문에 현대 영화에서 귀신은 강한 트라우마의 기간(제 2차 대전 이후의 일본이나 6.25전쟁 이후의 한국)과 급격한 사회변화 사이의 틈에 완벽하게 들어맞는다. 아시아의 기적적인 경제 성장이 가속화되던 시기에 전통적인 사회 구조는 실로 하룻밤 사이에 바뀌어 버렸다.

 

사람들의 바쁜 업무 스케줄과 사회 분열의 순간들에 구체적으로 개입하는 현대적 시간성에 반해, 귀신은 불교의 시간성(순환적 구조)이라는, 그러니까 시공간의 분열을 극복하는 불교적 시간성에 집착한다.

 

이런 관찰은 노재운의 미로 같은 구조의 출발점이 된다. 종종 예술에서 그러하듯, 작품의 스펙터클한 가시성과 아름다움조차도 대부분 오해의 소지가 있다. 거울의 반사효과는 방향을 잃게도 하지만, 시각적 현상이면서 동시에 시간을 반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어떠한 ‘지금과 여기’도 거부한다. 대신 관람객에게 똑같이 유혹적이고 으스스한 복수의 시점과 시간성을, 더 간단히 말하자면 귀신이 있다는 가능성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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