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아

 

오데사의 계단

 

함경아 작가는 전직 대통령이 살았던 빌라의 리모델링 소식을 TV 보도로 접한 뒤, 조용히 현장을 찾아가 빌라에서 버려진 쓰레기들을 뒤졌다. 그녀는 그나마 온전히 남아있는 것들 중에서 골프화, 카펫, 사무용 의자, 일본산 비데, 대나무, 파이프나 타일 같은 건축 재료들을 수집했다.

 

그렇게 구한 오브제를 전시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기 위해, 그녀는 합판과 그 밖의 값싼 재료를 사용했다. 임시변통의 구조물처럼 보이지만, <오데사의 계단>은 기념비적 작품이다. 그 본래의 영광스러운 제목과 레퍼런스에 부족함이 없는 독립적인 계단이다.

 

사실, 오데사의 계단은 영화사에서 가장 전설적인 장면의 무대이다. 에이젠슈타인의 <전함 포템킨>(1925)의 그 계단 장면에서는 노인과 여자, 그리고 어린이를 포함한 오데사의 민중들이 짜르 군대에 의해 학살당한다.

 

에이젠슈타인의 선전선동 영화―선전선동이 조금이라도 있다면―는 1905년 러시아 군함에서 일어난 혁명적 해군 병사들이 일으킨 반란을 영화화 한 것이다. 장면 중에는 병사들의 주장을 열렬히 지지하는 사람들이 특별관람석처럼 계단을 차지하고 있는 모습이 나오는데, 우리는 교묘한 몽타주로 구성된 장면들을 통해 해 맑았던 사람들이 피의 시체더미로 돌변하는 고통스런 모습을 지켜보게 된다. 차르 군대는 천천히 계단을 내려오면서 모든 곳들을 향해 총을 겨눈다. 연속 장면에서, 특히 한 어머니가 총에 맞아 쓰러지면서 손잡이를 놓친 유모차가 층계를 부딪치며 내려오는 장면은 아주 유명하다. 이 유모차 장면에 상응하도록, 함경아의 <오데사의 계단>은 그 발치에 건축자재를 담아놓은 ‘까르푸’ 쇼핑 카트를 배치했다. (‘까르푸’는 세계 최대의 대형 마트 업체이지만, 1996년 한국에 들어온 이래 현지화에 실패하고 ‘월마트’처럼 2006년에 한국을 떠났다.)

 

함경아의 위태로운 기념비는 우리에게 현대 한국사의 한 장면과 에이젠슈체인의 신화적 장면 사이의 어떤 관련성을 상상할 것을 분명하게 요구한다. 러시아처럼 한국도 1980년 광주 민중항쟁 이후 학살로 얼룩져 있을 뿐만 아니라, 계단 위의 저 쓰레기들의 주인인 전직 대통령이 바로 그 학살에 직접 관여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둘의 상관성을 상상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게 아니다. <오데사의 계단>을 이런 식으로 읽는다면, 함경아의 설치 작품은 훌륭한 기념비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종종 자기만의 수사학에 빠지기도 하지만, 이 작품은 그걸 피하면서도 형식적으로 완성도가 있는 진심 어린 기념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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