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익

 

가까이… 더 가까이…

 

김용익의 회화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그려진 이미지와 캔버스표면의 관계에 대한 집중이다. 그의 초기 작업에서는 이미 스스로 캔버스 위에 그린 그림의 진위 문제나 회화의 자율성 자체는 약화시키고, 정통 미니멀리즘적인 이미지를 고수하려는 작가의 상반된 의도가 뚜렷하게 살펴진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 이후의 작업들을 보면, 주로 어떤 종류의 작가적 공식에 더 적극적으로 의존했음을 알 수 있다. 이 공식은 동그라미(dot) 모양에 기초하여 성립되는데, 이 간단한 동그라미 무늬는 미묘하지만 동시에 무한한 변화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회화에 대한 김용익의 미학적 배경이 1970년대 이후 등장했던 “단색화(Dansaekhwa: Korean Monochrome Painting)“운동에 그 뿌리를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윤리적으로 무관심한 태도를 취하거나 진부해진 것에 대해 반대하는 정치적인 입장을 확실하게 취하고 있다. 그가 한 사람의 작가로서 정치적 반대의 입장을 갖게 된 이러한 태도는, 1960년대 초반부터 아주 빠르게 진행되었고 지금도 여전히 그 영향이 뚜렷한(주로 한국 교육 체제에서), 철저하게 군사화된 근대화 과정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치 말랑말랑한 고무의 둥그런 형태처럼 생긴 이 동그라미 형태는 비(非)회화적인 구성물로 처음 소개되었다. 작가는 이미 무언가 그려진 캔버스 표면 위에 이 작은 동그라미를 규칙적인 격자무늬로 나열하였다. 또한 이런 특정한 진행 방식에 기초하여 이후에도 불규칙적인 패턴으로 나타내거나, 여러 색으로 동그라미를 나열하였으며 종종 그 주변을 둘러싼 아우라를 함께 표현하기도 하였다. 동그라미 형태에 대한 형식적인 대안으로 그의 다른 회화 작업에서는 사각형 모양이 격자로 정렬되어 있기도 했다. 둥근 점이나 사각형의 형태 외에도, 작가는 작품의 제작 과정에서 생기는 물리적인 궤적도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예를 들어 그가 작업실에서 캔버스 위를 고의적으로 걸어 다니면서 생긴 발자국 같은 것이 있다. 혹은 논평과 짧은 메모 같은 것들을 그림 위에 쓰기도 한다. 그림과 병치된 짧은 글들은 주로 이전에 작가가 썼던 여러 비판적인 글들에서 발췌되었다. 시적이면서 자전적이기도 하고 또 반복적이기도 한 이 글들은 파편화된 형식으로 존재한다. 회화적인 것들과 직접적인 연관 없이도 여러 현실적인 상황으로부터 작가는 크게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작가는 캔버스 위의 발자국을 그 자체의 상징적인 모양으로 드러내기보다 반투명한 하얀색 물감의 층위로 한번 더 그 부분을 덮어 깊이감을 준다. 혹은 그는 동그라미 주위에 우연히 그려진 듯한 연필 선을 오히려 강조하기도 한다.

 

캔버스 위의 이미지를 계속 수정하고 화면 위에 겹겹이 이미지를 얹는 이 과정은 김용익의 회화 작업에서 중점적으로 사용된다. 이것은 그의 회화가 갖는 독특한 특징이다. 가끔 그가 썼던 묵직한 내용의 글들이 캔버스 뒷면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이것은 결국 감상자로 하여금 그림의 앞 뒷면 사이를 교섭하도록 권하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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